Q. 회화를 전공하셨는데, 영화 분야의 일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간단히 말하자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Q. 작년 왕의 남자가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고, 이번 대종상에서도 7개 부분을 석권했는데, 성공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 국민과의 소통이다. 어떤 목적으로 얼마의 흥행을 하겠다는 생각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외된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 져야 한다.
왕의 남자에서 최하층 계층의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왕의 남자에서 모든 주인공들이 소외된 사람이다. 왕까지도 인간적으로는 소외된 사람이다. 어떻게든 소외된 전 국민과의 소통을 찾으려 했다. 유혹은 있었지만, 나의 욕심을 넣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상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이란 그것을 주는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고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을 한 줄로 세워놓고 서열화 함으로 상 받지 못한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상처준다. 잘못한 사람 벌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Q. 지금까지 제작하셨던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영화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모두 아끼지만, 좀 아쉬운 영화가 있다. 바로, 황산벌이다.
혹자는 역사를 너무 희화화 하고 상업화 시켰다고 비난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 땅에 들어 온지 100년도 안된 서양의 역사는 잘 알면서 우리 역사는 잘 모른다. 역사를 서양 중심으로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 중 가장 극하게 대립했던 삼국시대, 그 중에서 황산벌 전투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했다. 그 중에서도 상황과 시대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황산벌에서 계백은 물론이고, 김유신 심지어는 김춘추까지도 집단과 권력 속에서 소외되고, 인간적으로 소외되었다.
이런 면에서 아나키스트라는 영화도 아쉬운 면이 있다. 1930년대 암울한 우리 시대 역사 속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Q. 영화 일을 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A. 보람보다 힘들 때가 많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소통되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다.
Q. 대종상 시상식 때 유일하게 “스크린쿼터 지켜주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A. 전 세계 인구의 5%정도가 살고 있는 미국은 지구상의 모든 소비의 25%이상을 담당하면서도 단 1%도 다른 나라에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더 많이 소비하려 하고 이를 위해 다른 나라를 직간접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세계를 사실상 지배 하면서도 더욱 지배를 강화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제국주의의 속성이다.
지금도 극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영화는 미국 영화 아니면, 한국 영화다. 다른 나라의 영화는 거의 볼 수 없다. 스크린쿼터 있어도 미국 영화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미국에서 우리나라 영화를 마음대로 상영할 수 있는가? 여기에 스크린쿼터마저 없애면 어쩌란 말인가? 그 자리는 고스란히 미국 영화가 차지하게 된다.
스크린쿼터는 전 세계에 8개국이 실시하고 있다. 더 많은 나라가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영화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지배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영화는 더욱 성장해야 한다. 많은 과제가 남았다.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Q. 다음 작품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지요?
A.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 스타’다. 예전 80년대에 인기를 누렸던 한물 간 록스타 최곤과 그의 곁을 한결 같이 지켜온 매니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황산벌이든, 왕의 남자건, 라디오 스타건 소외된 자들의 삶의 의미를 일관되게 추구했다. 계백이든, 김유신이든, 광대든, 왕이든, 예전의 라디오 스타든 개인적으로는 소외되고, 불쌍한 인물들이다.
1%의 최고 상위 계층을 빼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권력과 사회에서 소외되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프고, 힘들지만, 그 소외와 아픔만큼 삶의 의미가 있다. 그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하고 싶었다. 개봉일은 9월 27일 추석 시즌이다.
Q. 이제 우리 대학 총동문회도 더욱 더 활발한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동문들과 총동문회, 그리고 학교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학교는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교는 매우 권력화 되어 있다. 교육관료, 사학, 교수 등 각종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과시하기 위해 학생들을 소외 시키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내어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운영해야 한다. 그러한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그 누구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해야 한다. 개혁을 수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동안 많은 것을 누려온 계층의 집단들이다. 맨 꼭대기와 맨 위는 오히려 잘 통할 수 있다. 개혁적인 총장님이시라면, 학생과 잘 통할 것이라 믿는다.
Q. 우리대학도 몇 년전 영화예술학과가 신설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영화예술 분야에 진출을 희망합니다. 이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A. 영화기술을 익히는 것을 중심으로 하면 안된다. 관계를 이해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사람, 가족, 국가, 세계, 더 나아가 우주와의 관계까지 이해하려고 하라. 관계의 폭을 넓히고, 깊이 이해 하는 것에 노력해야 한다. 얄팍하게 영화기술이나 익혀 성공을 꿈꾼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